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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시행돼 고령자 부담” 촉탁직 거절, 법원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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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4-04-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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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시행돼 고령자 부담” 촉탁직 거절, 법원 “부당해고”

정년을 도과해 ‘촉탁직’으로 6차례나 재고용됐는데도 ‘고령’을 이유로 계약이 종료된 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대학측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고령자 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법정에서 실토했다. 지난해 6월 촉탁직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관행이 있었다면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법리가 안착하는 추세로 보인다.
재고용 거절 지속에 ‘평가’ 규정 없어져
‘고령·저성과’ 이유로 계약종료 반복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청주대 청소노동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노위와 청주대는 지난 1일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2014년 8월 정년(60세)이 지난 이후 청주대와 1년 단위로 6차례 촉탁직 재계약을 갱신해 왔다. ‘촉탁직’은 통상 정년에 도달한 노동자를 사업주가 재고용할 때, 1년이나 그 이하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하며 근로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대학측은 7번째 계약갱신을 한 달 앞둔 2021년 7월 돌연 계약기간이 만료됐다고 통지했다.

계약 해지 통보는 대학 규정과 배치됐다. 청주대는 청소노동자에 해당하는 ‘임시직원’에 대해 “임시직원의 임용 또는 계약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매 회계연도 말을 초과하지 못하며 재임용 또는 재계약할 수 있다”고 정했다. 실제 대학은 2020년 2월 전까지 촉탁직 노동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18명의 청소노동자 중 10명은 계약이 갱신됐다. 대학측은 ‘계약직원 근무성적 평가 세부계획’을 통해 재계약 평가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근로계약서에도 ‘재계약 요건 충족에 한해 재계약을 체결한다’고 정하면서 평가 규정을 뒀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의 ‘촉탁직 재고용 거절’은 2020년 초부터 시작됐다. 대학은 전국대학노조 청주대지부 조합원 5명에 대해 2020년 1~2월께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을 종료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화해가 이뤄져 조합원들은 2020년 7월 복직했고, 이후 “평가를 통한 재임용가능” “재계약 조건 평가점수 미충족” 등의 조항이 근로계약서에서 삭제됐다.

그럼에도 A씨는 계약이 해지됐다. 대학은 ‘연령·근무평가·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두 차례 걸친 근무평가에서 A씨는 각각 60점과 71점을 받았다. A씨는 갱신거절에 대해 부당해고로 구제를 신청했다. 충북지노위는 갱신기대권은 인정하면서도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A씨는 2022년 6월 소송을 냈다.
해고 이유로 “중대재해법 부담” 주장한 사용자
법원 “고령자 능력 저하? 고려도 안 했다” 질타
법원은 기대권 인정을 넘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중노위 판정을 뒤집었다. ‘연령·근무평가·경영상 어려움’은 갱신거절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학측은 중노위에서 연령을 갱신거절 사유로 우선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법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면서부터 촉탁직을 임용하는데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고령이라 사고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연령으로 인한 청소업무 수행능력이 저하됐는지를 깊게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갱신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근무평가도 객관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는 “A씨가 일하는 모습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A씨 담당구역에 청소노동자가 5명인데, 20만 평에 1만2천명이 다니기 때문에 전체적 맥락으로 더럽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는 판단에 따라 평가자가 임의로 점수를 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정상황이 어렵다는 대학측 논리도 일축했다. 전체 인건비 중 청소노동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고 판단했다. 송아람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촉탁직에도 다른 기간제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갱신기대권이 적용됨을 재차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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