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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고용구조, 안전보건체계 공백으로 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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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7회 작성일 24-07-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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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고용구조, 안전보건체계 공백으로 화재참사”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참사가 다단계 고용구조, 이로 인한 안전보건 체계 공백 문제로 발생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위험산업 재분류를 통해 신사업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26일 오전 화성시 아리셀 화재참사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에스코넥 자회사 아리셀의 중대재해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싸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아리셀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대부분은 하청업체 메이셀에 소속돼 일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메이셀은 제조업으로 사업등록했지만 실제 제조사업장으로서의 실체는 없고 인력파견업체로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아리셀측은 “메이셀과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메이셀측은 “실제 업무지휘는 아리셀이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희생자의 면면을 통해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희생자 23명 중 18명은 이주노동자, 16명은 여성노동자다. 이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위험은 가장 낮은 곳으로, 이주노동자로, 여성노동자로 향했다”고 지적했다. 하청, 일용직, 여성, 이주노동자.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으로 위험이 흘러 내려왔다는 얘기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는 항상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정부·사업주는 우리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시하고, 그렇게 작동하는 법제도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죽거나 다친다”며 “이주노동자는 이 땅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은 “도급업체를 위장해 불법파견을 지속하려 한 의혹이 보인다”며 “참사 이후 하나둘씩 드러나는 내용을 보면 어쩌면 예정된 참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수의 법 위반이 밝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리튬배터리 등 신소재를 활용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와 안전관리 진단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와 지자체에 주문했다. 대책위는 “유해·위험에 대한 관리를 사업장에만 맡겨 두는 현재의 관행이 빚어낸 위험의 외주화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불러 왔다”며 “국가 차원의 위험성평가를 통해 산업의 위험을 재분류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